상주시 낙동 분황(구촌) 반구정(伴鷗亭)
상주시 낙동면 분황리 산4-2

낙동 분황 구촌은 백두대간이 북서쪽을 이어 나가면서 남쪽 공성의 웅이산(熊耳山, 795m)에 이르러 본 대간은 황악산으로 내달리고, 이곳에서 동(東)으로 뻗어 다시 북(北)으로 상주를 감싸 안으며 여남 지맥(일명, 기양지맥)을 이루는데, 상주의 명산(名山) 갑장산(甲長山, 806m)과 백원산(일명 국사봉, 523.7m)과 식산(息山, 503m)을 수놓는다. 이곳에서 동(東)으로 내려오다가 한줄기는 북(北)으로 낙동강에 닿으니 병풍산(屛風山, 366m)이요, 다른 하나는 (東)으로 내려오다가 신상으로 내려앉아 국도 25선을 가로질러 낙동강에 닿으니 구촌 마을 뒷산이다. 이 산자락 아래 아래 신촌 동쪽에 있으며, 조선 중엽에 순천 김씨(順天金氏)가 낙향하여 처음 개척하였고, 분황 북서쪽과 낙동강의 남쪽 가에 서북을 등지고, 분황보다 오래된 마을이라 하여 구촌(舊村)이라 부른다.

반구정(伴鷗亭)은 순천 김씨(始祖 金摠) 상주 입향조인 김수홍(金粹洪)의 장자(長子) 김순개(金舜凱)의 호(號)가 반구정(伴鷗亭)이다. 용궁 현감을 지낸 김순개는 1500년경에 상주 구촌마을 낙동강 가 암벽 위에 반구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살았던 곳에서 연유한다. 임진왜란 중 경기도 김포 지역에서 우성전(禹性傳, 1542~1593)의 막좌(幕佐)로 활동하다가 병사한 인물인 김종(金琮, 1533~1593)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일기(1592.1.1~1593.5.21)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표지의 서명은 ‘先祖別坐公日錄’으로 되어 있는데, 후에 다시 장정(裝幀)하면서 임진일록(壬辰日錄)으로 표제를 삼은 것이다. 일기 맨 앞에는 특이하게도 범례를 실어놓아 일기 간행 이유와 일기의 체제를 설명하여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순천 김씨 상주 입향은 김유온의 맏증손인 순천군(順天君) 김수홍(金粹洪, 26世)이 1470년대를 전후하여 승평군(昇平君) 김약균(金若均, 25世)과 함께 상주 외동면(外東面) 구촌리(舊村里 현, 낙동면 분황리 구촌마을)로 종가를 옮긴다. 김수홍은 1480년(성종11)에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였으나, 상주로 옮긴 이래 출사하지 않고 살다가 1490년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다. 김수홍은 반구정(伴鷗亭) 김순개(金舜凱)와 평양군(平陽君) 김순고(金舜皐), 광산 김씨(光山金氏) 김유(金綏)에게 시집간 딸을 두었다. 김순고는 김종의 생부이며, 김종은 선조들이 세거하던 구촌마을을 떠나 김포 전호리(錢湖里)에 터전을 잡게 된 이유는 바로 전의 이씨(全義李氏)와의 혼인 때문이다. 김종은 전의 이씨와의 사이에서 1남 2녀를 두었다. 1남은 바로 몽선정(夢仙亭) 감역공(監役) 김광윤(金光潤, 1566~1636)으로, 임란 상주 북천전투 계촌(溪村) 상산(商山) 김일(金鎰) 의사(義士)의 서랑(壻郞)이다.
효녀(孝女) 상산 김씨(商山金氏)는 상주 낙동과 문경 산양 두 곳에 효녀각이 세워져 있으며, 중동면 회상리 샘골에 그 유택이 있다.

구촌 마을 입구 산자락에 순천 김씨 유허비(遺墟碑)가 세워져 있는데, 명문(銘文)은 「順天金氏 昇平君 昇化君 順天君 彦陽公 壬亂殉節 平陽君 竹日先生 遺墟碑」이고, 뒷면에 비문은 昇平君十四代孫商衡 謹書이고, 측면에 外東面 舊村과 崇禎紀元後五年辛卯三月 日 立이라 적고 있는데, 이는 1651년이다. 이 비(碑)는 입향 선조의 증표(證票)로 삼고 있다.

전국에 갈매기와 벗 한 곳은 많은데, 파주·강릉·횡성·영주·안동·상주·울산·함안·곡성… 등에서 반구정이 있거나 그 유적이 전한다.
상주는 상산지에 「伴鷗亭 洛濱進士文益明所築今屬直長趙徽(낙강가에 있는 반구정은 문익명이 세웠고, 지금은 직장 조휘에게 속했다)」와「觀瀾亭 在洛東上流栗里黔巖上參奉河萬溪所卜(관란정은 낙동 상류 율리 금암 상에 참봉 하만계가 세웠다)」라 적고 있는데, 문익명은 성균 생원(成均生員) 문옹(文翁)의 아들로 자(字)는 중소(仲昭)이며, 본관은 남평(南平)이고, 무오(戊午 1558년) 식년시(式年試) 진사(進士)이다. 조휘는 선조 때 문과 급제자로 자(字)는 자미(子美)이고, 호(號)는 송파(松坡)이며, 형조좌랑을 지냈다.

상주목사 현주(玄洲) 조찬한(趙纘韓 1572~1631)은 반구정에 대하여
「回舟催下洛東流 爲賞名亭且少留 鷗外白沙明十里 鶴邊丹壁老千秋 天將水石開仙境 人傍煙霞作別區 斜日靑山花寂寂 一聲長笛不勝愁(배돌려 서둘러 낙동강가로 내려가, 이름난 정자 감상하느라 조금 머물렀네. 백구 노는 흰 모래벌판 십리에 밝고, 학이 나는 붉은 절벽 천추토록 해묵었네. 하늘이 물과 돌로 신선이 사는 곳을 마련해, 사람 사는 안개와 노을 속에 별세계를 지었네. 해 질녘 청산은 꽃조차 고요한데, 한 가락 긴 피리소리 수심을 자아내네)」라 읊었다.

또 창석 이준이 1622년에 쓴 임술범월록(壬戌泛月錄) 서문(序文)에는 「…回舟而南 日暮登伴鷗亭 縱目四望則 水之汪洋者 來自濯纓潭也 峰之崷崒者 接乎飛鳳山也…(…배를 돌려 남쪽으로 내려와 날이 저물어 반구정에 올랐다. 거기에서 사방을 관망하니 물이 넘쳐흐르는 것이 탁영담에서 흘러온 것이로다. 산이 우뚝우뚝한 것이 비봉산에 접해 있구나…)」라 적고 있다.

족 종손(族從孫) 동리(東籬) 김윤안(金允安, 1560~1620)은 ‘등 반구정(登伴鷗亭)’에서「萬古長江袞袞流 一雙鷗鷺在河洲 伴鷗臺上無人見 惟有山雲獨伴鷗(오랜 세월 낙동강은 도도히 흐르고, 한 쌍의 백로는 강 모래톱에 있네. 반구대 위 사람은 자취 없고, 산 구름만 물새와 짝을 이루네.) (번역 김현수)」라 지은 시(詩)가 ‘동리 선생문집’에 전한다.

실제로 상주 구촌 반구정은 초학대(招鶴臺)와 도남서원(道南書院) 중간지점으로, 낙동강 변 암벽에 ‘伴鷗亭’과 ‘觀瀾臺’라 음각하였고, 위에는 널따란 반석(盤石)의 정자 터가 있으니, 이곳이 정(亭)이 있었던 곳으로 보이며, 북동(北東)으로 바라보는 조망은 낙동강이 호수를 이루어 황홀함을 금치 못하는데, 옛 그 자리에 정자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