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18-07-24 17:09
|
상주 최고(最古)의 현판(懸板)은? - 김광희[문화관광해설사]
|
|
|
글쓴이 :
상주문화원
 조회 : 4,849
|
상주 최고(最古)의 현판(懸板)은?
현판(懸板)은 글씨나 그림을 나무판이나 종이, 비단 등에 쓰거나 새겨서 건물에 거는 모든 목판(木板)을 넓은 의미로 현판(懸板)이라 하고, 이보다 좁은 의미로는 편액(扁額)이라 한다. 대체로 건물의 정면 또는 정문에 걸고,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붓에 먹을 묻혀 직사각형의 나무판에 붓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내용으로는 해당 건물의 이름을 적었다.
권위 있는 사람이나 명필이 쓴 현판은 그 자체로 귀한 가치를 지녔으며, 특히 한 나라의 임금이 내린 현판은 「어필 현판(御筆懸板)」이라 하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많다. 이는 현판이 걸린 건물의 기능과 용도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현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 볼 수가 있고, 나아가서 현판의 글씨를 통하여 시대정신과 그 의미(意味)를 짚어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종류로는 집안을 상징하는 명가(名家)의 현판으로 당호(堂號)가 있는데, 이는 한 집안의 가풍(家風)을 대대로 이어나감으로서 역사와 전통을 엿볼 수가 있다.
교육공간인 서원(書院)은 그 서원의 주인공이 지향한 학문 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공간인 누정(樓亭) 현판은 선비들의 여유와 풍류를 담고 있으며, 부모님에 대해 그리움과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성, 선현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고 있는 재사(齋舍)의 현판도 많다.
사찰에는 부처님의 성격에 따라, 대웅전, 관음전, 미타전, 미륵전, 나한전, 명부전 등으로 나누어 현판을 걸어 그 건물의 성격을 표시하였다.
우리나라의 현판은 삼국시대부터 등장한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현판은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 안동시청의 안동웅부(安東雄府), 청량사의 유리보전(琉璃寶殿) 등으로 모두 고려 말(末) 공민왕의 글씨이다.
대부분 현판에 쓰이는 한자는 전서와 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매우 다양하며, 요즘에는 한글로 된 편액도 보인다. 건물의 얼굴이므로 건물 격식에 어울리는 글씨와 장식을 더 하는데, 글씨의 경우는 신분이 다양하며, 당대 명필과 고승·문인의 것이 대부분이다.
글씨는 금니(金泥)와 은니(銀泥)·먹·분청·호분 등으로 쓰고, 틀은 무늬와 색채를 넣어 주련(柱聯)과 함께 건물의 중요한 장식 수단이 된다. 이렇게 편액은 건물에 멋을 내는 수단임과 동시에 건물 명칭과 내력, 역사와 인물, 일화 등을 담고 있는 역사적인 자료이다. 당호(堂號)는 석 자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나 넉 자로 쓰기도 한다.
예전에는 횡서(橫書)로 쓰는 것이 보통이었고, 가끔 종서(縱書)로 쓰기도 했는데, 남대문의 숭례문(崇禮門) 등이 그 예다. 근래에는 한글을 쓰듯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쓰기도 하는데, 안동의 영호루(映湖樓)에는 한자와 한글의 두 편액이 걸려있다.
많은 현판이 상주에도 곳곳에 걸려 있는데, 과연 상주 최고(最古)의 현판은 어느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주시사(2010년 발행)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상주향교의 대성전(大成殿)은 1619년(광해 11)에 중수하였으며, 남장사의 극락보전은 1610년에, 금당(金堂)은 1635년에 중수하였고, 상산관(商山館)은 임란 때 소실 후 1638년에 중창하였다.
청리의 체화당(棣華堂)은 1632년, 화서면의 옥연사는 1658년, 공성면의 효곡재사는 1673년에 창건되었으며, 흥암서원은 1716년에 사액서원으로 지정이 된 것을 볼 수가 있다.
정동교 목사가 쓴 대산루(對山樓) 현판은 한국국학진흥원(안동시)에 소장되어 있으며, 상주읍성 북문의 현판 현무문(玄武門)은 탁본으로 남아 상주박물관에서 볼 수가 있다.
특히 도남서원 일관당(一貫堂) 현판은 호군(護軍) 조시호(曺時虎)의 글씨로 상주의 서원지에는 「조시호는 당대의 명필로 명성을 떨치던 사람으로, 도남서원에서 일관당의 현액을 쓰라고 하니 극구 사양하여 그 연유를 몰랐는데, 어쩔 수 없어 현액을 쓰게 되어 사방의 기를 모두 붓끝에 모아 글씨를 쓰니, 낙동강에서 가장 큰 잉어가 그 기가 빨려가는 힘을 이기지 못하여 백사장으로 딸려 나와 모래밭에서 퍼덕이고 있더라」는 고사가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중요한 건물들이 중수(重修)와 중창(重創)을 거듭하면서 과연 처음의 현판을 계속 이어서 걸었는지는 연구대상이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면 크기나 무게가 엄청나 섣불리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건물의 기능과 용도를 알리는 중요한 현판이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로 향청(鄕廳)과 마당(馬堂)이다. 외부에서 상주를 찾는 관광객이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어 시급히 현판이 걸리기를 소망해본다.
|
|
|
맨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