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청리 서산 봉수(西山烽燧)

                    상주시 청리면 하초리 산 51






  상주시 청리면 하초리와 공성면 초오리 사이에 서산 봉수(西山烽燧)가 있었다. 하초리 마을은 서산과 국수봉(國秀峰) 자락 아래 상주군 청남면의 지역으로, 샛골 아래쪽이기 때문에 아래 샛골, 새터, 하초라고 했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하초리(下草里)라고 하고, 청리면에 편입했다. 서산 봉수대는 서산(西山, 509.1m)에서 남쪽으로 약 1,200m 정도 뻗은 해발 약 220m 되는 곳으로, 봉골 뒤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현장에 가면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고, 그 자리에는 민묘(民墓) 한기(基)가 들어섰는데, 국수봉 아래 우뚝한 곳에 주변에 큰 돌로 쌓은 석축(石築)을 둘러보면, 이곳이 봉화대(烽火臺)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으며, 이곳에서 공성의 회룡 봉수대와 소산 봉수대는 거침없이 서로 잘 보인다. 이제 조금 더 지나면 그조차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리 서산 봉수와 관련하여

상산지 山川에

「國秀峰 西山南枝逶迤屈曲岩石突兀下有烽火閣遺址又其下南走如展扇名曰陽景地屢屢亂塚如散碁形中有朴宜德墓世傳名墓(서산의 남지가 위이 굴곡하고, 암석이 돌올하여 산하에 봉화대의 유지가 있고, 남쪽으로 부채를 편 것과 같은 곳이 양경지이다. 고총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운데 박의덕의 묘가 있으니, 세전 명묘라 한다.)」라 적고 있으며,

 

상산지 봉수 편에는

「回龍山 烽燧 在功城縣西 南應金山郡所山 東應靑里西山, 所山 在州東五里 南應靑里縣西山 北應咸昌縣城山, 西山 在靑里縣西 西應回龍 北應所山, 山陽縣 所山 在縣東 西應聞慶虎溪縣禪岩山 東應龍宮縣龍飛山, 中牟縣 所山 在縣北 南應忠淸道黃澗縣所山 西應化寧縣國師堂, 國師堂 在化寧縣西 東應中牟縣所山.」라 6곳을 적었고, 그리고

 

또한, 함창현지에는「城山烽燧 在郡南十里五峰山中 南應尙州所山 北報聞慶禪巖山 相距各四十里別將一人 元軍二十五名 保軍七十五名」라 적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제28권 경상도 편에는

「回龍山烽燧 在功城縣西南應金山郡所山東應靑里縣西山, 所山烽燧 在州東五里南應靑里縣西山北應咸昌縣城山, 西山烽燧 在靑里縣西西應功城縣回龍山北應所山, 山陽縣 所山 在縣東西應聞慶虎溪縣禪岩山東應龍宮縣龍飛山, 國師堂山烽燧 在化寧縣西東應中牟縣所山, 中牟縣所山烽燧 在縣北南應忠淸道黃澗縣所山西應化寧縣國師堂山(회룡산 봉수 공성현 서쪽에 있으며, 남쪽으로 금산군 소산에 응하고, 동쪽으로 청리현 서산에 응한다. 소산봉수 주 동쪽 5리에 있고, 남쪽으로 청리현 서산에 응하고, 북쪽으로 함창현 성산에 응한다. 서산 봉수 청리현 서쪽에 있으며, 서쪽으로 공성현 회룡산에 응하고, 북쪽으로 소산에 응한다. 국사당산봉수 화령현 서쪽에 있으며, 동쪽으로 중모현 소산에 응한다. 산양현 소산봉수 현 동쪽에 있고, 서쪽으로 문경 호계현 선암산에 응하고, 동쪽으로 용궁현 용비산에 응한다. 중모현 소산 봉수 현 북쪽에 있으며, 남쪽으로 충청도 황간현 소산에 응하고, 서쪽으로 화령현 국사당산에 응한다.)」라 6곳을 적고 있다.

 

  이로 보아 상주지역의 봉수 전달체계는 김천 소산 봉수(감문면 금라리 봉화산)→공성 회룡산 봉수→청리 서산 봉수→소산 봉수→함창 성산 봉수→문경 호계 선암산 봉수로 연결된 것을 알 수가 있다. 영남지도(1746~1760)에도 봉수의 표시가 명확하게 나오는데, 용산봉대(龍山烽臺)로, 소산봉대(所山烽臺), 그리고 예천 회룡포 비룡산(飛龍山)이 용비산(龍飛山)으로 표기되어있다.

 

  봉(烽)과 수(燧)의 약정된 신호전달 체계를 이용하는 봉수는, 군사통신 수단을 대표하는 것으로 조선 시대 500여 년간 국가적인 기간 통신망이었다. 대체로 삼국시대부터 활용, 고려 의종 때 확립되었고, 조선 세종 때 크게 정비되어 1895년까지 국가적 규모로 운영되었다. 성격에 따라 경(京)· 내지(內地)· 연변(沿邊) 봉수로 구분하는데, 고려 시대에는 개경의 송악산에 국사당(國師堂), 성황당(城隍堂) 등 2기의 경봉수가, 조선 시대에는 한양의 목멱산(木覓山)에 5개소의 경봉수(1423년 설치)가 전국의 최종 집결지였었다. 각 도 극변(極邊) 초면(初面)의 연변 봉수에서 이른 새벽에 올린 봉화가 대개 12시간이면, 당일 초저녁 무렵 경봉수에 도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시간당 약 100km이며, 경봉수는 병조(兵曹)의 관장 하에 무비사(武備司)가 담당하였다.

 

  영남지역은 조선 시대 5거제의 봉수 노선 상 제2거 직봉과 간봉 10기가 영남권에서 초기하여 중앙의 경봉수에 전달하는데, 제2거 봉수로는 동로(東路, 竹嶺路), 중로(中路, 鷄立嶺路), 서로(西路, 秋風嶺路)로 구성되어 있다.

봉수는 배치형태에 따라 일곽형(一廓形), 영접형(連接形), 분리형(分離形)으로 구분하고, 종합적인 평면 형태에 따라 원형(圓形), 반원형(半圓形), 타원형(橢圓形), 방형(方形), 말각방형(末角方形)으로 나누는데, 봉수군을 지칭하는 용어는 봉졸(烽卒), 봉군(烽軍), 봉화간(烽火干), 봉화군(烽火軍), 간망군(看望軍), 해망인(海望人), 수직군(水直軍) 등으로 불렀는데, 봉수군의 신분(身分)은 양인(良人)이나 천인(賤人)의 역(役)이었다. 보고체계는 내지 및 연변 봉수에 있어서 감고(監考)가 유사시(有事時)에는 즉시, 무사시(無事時)에는 매월 10일에 1회 소관 진장(鎭將)에게 보고하였다.

 

  상주는 제2로 내지 봉수에 속하며, 상주 소산(所山) 봉수의 규모는 동서 14m, 남북 21.5m, 둘레 61m, 폭 2.0m, 높이 1.2~3.5m로 밝히고 있으나, 여타 봉수에 대하여는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상산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6곳, 함창현지에 1곳 등 7곳 중에 한 곳이라도 복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지 봉수(육지 내륙지역)에는 매소에 봉수군 6인, 오장(伍長) 2인 등 모두 40인을 배치하여 상, 하 두 번으로 근무하였다. 조선 후기 경상도는 봉수마다 감관(監官) 5인, 봉졸 20인, 봉군보(烽軍保) 75인으로 보통 100여 명 규모라 하는데, 성산 봉수(상주 함창)는 별장 1인, 원군 25인, 보군 75인으로 현지(縣誌)에서 적고 있다.

거화(炬火) 시설은 대부분 1~5개소의 연대, 연굴, 화덕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이외에도 망보는 시설인 망덕(望德) 1개소이고, 비품으로는 부싯돌(火石), 부쇠(火鐵), 화약심지, 부쇠돌(火鐵石) 등 7종의 비품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봉수가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 고종 31)을 계기로 봉수제가 폐지되고, 봉수대(烽燧臺)와 봉수군(烽燧軍)을 폐지하라고 명한 것은 조선왕조실록(고종 32년 윤 5월 9일)에「命各處烽臺烽燧軍廢止 軍部奏請也」라 적고 있는데, 1895년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월주(月洲) 소두산(蘇斗山, 1627~1693)의 월주집(月洲集) 券1

시(詩) 봉화(烽火)를 소개하면

「一烽燃處萬峯應 遠近邊情次第通 百年南北煙塵熄 長報無虞達聖聰(하나의 봉수가 오르면 만 봉우리가 응하니, 멀고 가까운 변방의 사정이 차례로 통하네. 백 년 토록 남북의 연진이 쉬고 있으니, 오래도록 임금의 은총 전하는데 걱정이 없음을 알리네.)」이다. 참고: 조선시대 봉수연구(김주홍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