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이안 석포정(石浦亭)
상주시 이안면 여물1길 24

속전(俗傳)에 고녕 가야국 왕이 다녀갔다는 대가산(大駕山, 325.2m) 남쪽, 이안천의 맑은 물이 여울져 흐른다고 하여 여물, 여무리 또는 여수리(麗水里)라고 했던 마을이 1914년 주암리(周岩里)를 합하여, 여물리(余勿里)라 했으나 1995년 여물리(與物里)로 바꾸었다. 원래 이곳 마을 이름이 양적리(襄積里)였는데, 대제학과 대사헌을 지낸 허백정(虛白亭) 홍귀달(洪貴達 1438~1504) 선생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여기에 손자가 할아버지를 기리며 세운 아담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 정갈한 표징(表徵) 하나가 있으니, 바로 석포정(石浦亭)이다.

여초(余樵) 전세영(全世永 1873~1949)이 후학(後學)을 강학(講學)하던 옛터에 그의 손자 병갑(炳甲)이 세워 편액을 ‘石浦亭’이라 걸었으며, 협문을 통하여 들어가면 남남동향으로 정면 3칸, 측면 1.5칸 중당협실형으로 목조 기와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이다. 고주초석(高柱礎石)을 이용하여 바닥을 약간 높여 지은 5량가(五樑架) 건물은 반 지하에 창고를 두고, 양편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었고, 계자 난간을 둘러 아름답고 편안함을 준다. 석포정기(石浦亭記), 중수기(重修記), 상량문(上樑文), 중건 상량문(重建上樑文) 등 넷이 걸려 있는데, 석포정기는 壬申 政月 下澣 族姪 東一 謹記, 東齋 李源斗 書이다. 후학들이 계(契)를 만들어 춘추로 잠덕(潛德)을 추모하고 있으며, 석포정여림학계(石浦亭余林學契) 표지석이 수립(竪立)되어 있다.

공(公)의 휘(諱)는 세영(世永)이고, 자(字)는 낙여(洛汝), 여초(余樵)는 그의 자호(自號)이며, 관향은 축산(竺山, 始祖 歎城君 諱 聶)으로 51世이다. 28世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를 지낸 휘(諱) 방숙(邦淑)이 용성부원군(龍城府院君)에 피봉(被封)되니 상조(上祖)로 삼았다. 소천서원(蘇川書院)에 배향된 축산부원군(竺山府院君) 국파(菊坡) 휘(諱) 원발(元發)은 33世로 공의 18대조(代祖)이시다. 고조 휘(諱) 순채(順采)는 수계(壽階) 통정대부(通政大夫)이고, 증조는 휘(諱) 희근(熙根)이며, 조부 휘(諱) 진규(進奎)가 용궁현 내상면(예천군 지보면)에서 이안 여물리로 이거(移居) 하였으며, 고의 휘(諱)는 기현(紀鉉)이고, 호(號)는 운송(雲松)으로 유행(儒行)이 있었으며, 비(妣)는 밀양 박씨이다.

공은 어려서부터 총명(聰明)하고 지혜(智慧)로와 일반 아이들과는 달랐다고 한다. 일찍이 물와(勿窩) 김석붕(金錫朋) 문하에서 수학하였는데, 잠심역학(潛心力學)하여 문사(文詞)가 숙성(夙成)하였다. 가정에서는 효우(孝友)가 돈독하였고, 부모님에는 지(志)와 체(軆)를 갖추어 봉양하였으며, 부모상(喪)을 당하여서는 애훼(哀毁) 함에 예제(禮制)를 넘어서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한다. 그러나 공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갈고 닦은 학문을 펴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강직한 기개로서 선비로서의 지조(志操)는 확고히 지켜 언제나 단아(端雅)하여 서적을 항상 책상 위에 쌓았다.

이에 사방에서 모여든 어린 학동을 가르치니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공의 가르침을 받아 성취(成就)한 사람이 많았으니 공은 실(實)로 군자(君子)의 삼락(三樂)이 있었다 하겠다. 공은 청풍 김씨(淸風金氏)와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으며, 1949년(己丑) 2월에 정침(正寢)에서 77세로 고종(考終)하시고, 만년 유택은 함창 선동이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유업(遺業)을 기리고, 계(契)를 닦아 백세(百世)토록 전(傳)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손자 병갑(炳甲)이 이 정(亭)을 세웠다. 이쁜 만 아니라 토지 1,000여 평을 희사하여 1986년 문경시 개청(開廳)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석포정기(石浦亭記) 일부를 적어보면
「大佳之山秀麗磅礡一枝南馳如龍飛鳳舞開張於大野衍之中… 至孫諱世永以明敏之資受業于勿窩金公錫朋門潛心力學早年聲華… 子孫之賢今炳甲君積歲經營竭力嗣葺起楹… 同宗之誼亦不能辭敢綴前後實跡以副平日尊慕之忱云爾 歲壬申政月下澣族姪東一謹記(대가산의 경치가 뛰어나고 아름다우며, 형상이 우둘투둘한 가운데 한 줄기가 남쪽으로 달려 나와 마치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듯이 그 형상이 신령하고 기묘하며 큰 들이 넓은 가운데… 손자 휘 세영에 이르러 명철하고 영민한 자질로 물와 김석붕의 문하에서 수업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학문에 진력하여 젊을 때 이미 향리에서 명성과 영화가… 자손이 어질어서 지금 병갑 군이 여러 해를 경영하고 힘을 다해 계승하여…같은 일가의 정의로 사양하지 못하고 감히 앞뒤의 사실을 글로 엮어 이로써 평소에 존경하고 사모하는 정성에 부응하려 한다. 임신년 1월 하순에 족질 동일 삼가 쓰다.)」라 적었다.

마을에 이안천, 오봉사(五峯祠), 황토와 소나무 민박이 있으며, 인근에 동계사당, 가악재, 청암 서원, 지평 저수지, 김축 부자 충효각, 인구문 효자각 등이 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