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수봉(獻壽峰) 끝자락 상주 백옥정(白玉亭)
상주시 모동면 수봉2길 87

백옥정이 앉은 백옥봉(白玉峰)은 백두대간 상 웅이산(熊耳山, 763m)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지장 지맥(地藏支脈)이 오도재로 내려와 다시 솟아오른 만경산(萬景山, 674.4m)에서 북으로 급히 길게 뻗어 내린 끝자락으로 계단과 큰 바위 밑을 돌아 오르는데, 모동면 수봉리 해발 250여 m이다. 이는 봉황산(鳳凰山, 740m)에서 갈라진 화령 지맥의 백화산(白華山, 933m)과 석천(石川)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있었던 생생한 현장으로, 이와 관련하여 많은 유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금계천과 반계천이 합하여 내려오다가 또다시 지장천을 받아들여 백운암벽 위에 앉은 백옥정은 최고의 명승(名勝)을 자랑하는데, 물이 들어오는 것은 보이나 나가는 것은 볼 수가 없으며, 이곳 백운암 주변이 사담(沙潭)이다. 백옥정은 옥동서원의 부속 건물로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가 없으나 서원 창건과 동시대(同時代)로 알려졌다. 유생들의 휴식처 및 시(詩)·부(賦)를 읊는 곳으로 이용된 이 정(亭)은 팔각형으로 1968년 장수 황씨 문중에서 다시 중건한 이후 여러 차례 보수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데, 장주초석에 원기둥을 세우고, 우물마루를 놓았다. 기둥위에는 창방(昌防)으로 돌린 다음 주두(柱頭)를 놓고, 그 위에 대량(大樑)을 하나 결구하고 보아지로 받쳤다. 겹처마 팔각에 내림 마루 형식이라 팔작지붕같이 보이나 또 다른 모양으로 아주 기묘(奇妙)하고, 편액은 백옥정(白玉亭)으로 걸었다. 마루에 앉아 북(北)으로 바라보면 신덕마을이 소담스럽게 보이고, 서(西)로는 백화산이, 남(南)으로는 헌수봉이, 동(東)으로는 석천과 함께 널따란 들판과 저 멀리 백두대간이 하늘과 맞닿아 한 폭의 그림으로 마음을 빼앗긴다.

장수 황씨가 상주 중모(中牟) 천하촌(川下村)과 지연(地緣)이 맺어진 연유는
방촌(庬村) 황희(黃喜, 1363~1452)의 2자(子)인 소윤공(少尹公) 황보신(黃保身, 1401~1456)이 1415년에 상주 중모현(中牟縣)에 거주하는 직제학 홍여강(洪汝剛, 1373~1463)의 따님에게 장가를 들면서 부터이나, 이곳에 정착한 것은 1454년 2월 아버지의 탈상을 마친 직후라 알려졌다. 이때 방촌 영정(影幀) 두 본(本) 중 한 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사랑채의 당호(堂號)를 백화당(白華堂)이라 하고, 장수 황씨 가학전승장(家學傳承場)이 되었고, 이후 1518년 서원의 효시(嚆矢)가 된 백화 횡당(白華黌堂)이 되었다. 방촌 선생의 영정을 봉안하는 백옥동 영당이 1580년에 신축되었으며 제향도 이루어졌다. 1714년 향사림(鄕士林)의 공의를 거쳐 백옥동서원으로 승격하면서, 사서(沙西) 전식(全湜)선생을 배향하였고, 이후 1786년 축옹(畜翁) 황효헌(黃孝獻)과 반간(槃澗) 황뉴(黃紐)를 추배하였다. 1715년 현재의 자리로 이건(移建)하고, 이후 1789년 드디어 옥동서원(玉洞書院)으로 사액(賜額) 받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개 중의 하나로 남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532호)로 지정되었다.

백옥정기(白玉亭記)를 옮기면
「백옥정(白玉亭)은 상주(尙州)의 서쪽 수봉(壽峰) 옥동(玉洞)마을 뒷산인 헌수봉(獻壽峰) 능선 말단(末端)인 옥봉(玉峰)에 위치한 정자(亭子)이다. 창건연대(創建年代)는 경종(景宗) 4년(四年) 갑진(甲辰) 서기(西紀) 1723年에 양사재(養士齋) 及 장암(藏菴) 세심석(洗心石) 백운암(白雲菴) 옥봉(玉峰) 제액(諸額)으로 화재문집(華齋文集)에 기록(記錄)되어있다. 신덕리(新德里)에 있던 방촌 선생(厖村先生)의 영당(影堂)을 현재의 자리로 이건(移建)한 8년(八年) 후(後)가 된다. 옥동서원(玉洞書院)의 부속 건물로 서원에서 공부하던 선비들이 이곳에 등임(登臨)하여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적지(適地)이기도 하다. 그 후 一九三七년에 중건(重建)하고 二00八에 중수(重修)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백화산(白華山) 일지맥(一枝脈)이 옥봉(玉峰)에 정기(精氣) 맺혀 장수황씨(長水黃氏) 후손(後孫)들이 인걸(人傑)이 배출(輩出)되니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백옥정(白玉亭)에 올라가면 마음이 넓어지고 정신(情神)이 쾌활(快活)하여 시상(詩想)이 절로 나고 화폭(畫幅)에 담고 싶네. 동쪽을 바라보면 금계천(錦溪川) 맑은 물이 백옥정(白玉亭)을 휘감아 흐르고 서쪽을 바라보면 백화산(白華山) 일지맥(一枝脈)이 백옥정(白玉亭)에 연해 있고 남쪽을 바라보면 옥야(沃野)가 펼쳐있어 마음이 넉넉하고 북쪽을 바라보면 대령(大嶺)이 높이 솟아 백옥정(白玉亭)을 호위(護衛)하네. 따뜻한 봄이 되면 백화(百花)가 난만하여 아름다운 그림 같고 무더운 여름에는 만목(萬木)이 번음(繁陰)하여 심신(心身)이 상쾌(爽快)하고 서리 오는 가을에는 아름답게 단풍 들어 옥녀(玉女)로 단장(丹粧)하고 눈 오는 겨울에는 옥가루를 뿌린 듯이 층층이 백옥(白玉)이라 사방(四方)의 경개수려(景槪秀麗)하고 사시(四時)의 운치 기기(韻致奇奇)하니 필설(筆舌)로 난용(難容)이라 하늘이 준 명승지(名勝地)요 지상(地上)의 보배로다. 우리 모두 아끼고 보호하여 길이길이 온전히 보전하세. 西紀 二0一六年 입춘절(立春節) 안동(安東) 권영태(權榮泰) 근찬(謹撰) 경주(慶州) 손경학(孫京鶴) 근서(謹書)」라 적었으며,

또, 만성(晩醒) 김재륜(金載崙, 1777~1860)의 대표작인 증산팔영(甑山八詠)의 옥봉운(玉峰韻)을 보면
「錦水華山一局開 騷人詞客幾登來 風光信好重陽節 收拾詩觴盡意回 (금수와 백화산이 한 장면 열어 시인과 글 짓는 이 몇이나 올랐던가 참으로 경치 좋은 중양절인데 시 얻고 술 마시는 일 마음대로 다 하네.)」라고 하였다.

백옥정 인근에 옥동서원, 백화산, 금돌성, 구수천 팔탄 호국의 길, 항몽대첩 기념탑, 백화산 포도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고 우수하여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